티스토리 뷰

어느 정도 운영을 작업하고 보니 생각보다 뭔가 재미가 없었다. 이 시점에서 사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어떤 부분이 모자라서 재미가 없는건지, 뭘 어떻게 고쳐야 좀 개선이 될지가 감이 잘 안 잡혔다. 일단은 이런저런 회의를 한 후 첫 번째로 바꾸려고 했던 부분은 커스터마이징이었다.

커스터마이징

팀 운영 과정에서 좀 지루하고 할 게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우선 숙소 관리에서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커스터마이징을 추가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돈을 써서 숙소의 바닥과 벽을 원하는대로 설정해서 꾸밀 수 있게 하고,

 상점에 방문해서 여러 종류의 아이템을 구매한 후 배치하는 등의 기능도 추가했다.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이렇게 여러 물건을 구매 및 배치한 다음에는 선수들에게 어떤 물건을 사용할지 배정하고 구경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위 GIF처럼 방을 설정하고, 방에 각종 물건들을 배치해서 선수들이 그걸 이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끔.

 

 하지만, 이런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넣고 플레이를 해봐도 여전히 무언가 허전하고 재미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기는 재밌는데, 경기와 경기 사이 운영에서 항상 할 게 없고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운영 쪽에서 중심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걸 기반으로 플레이어가 계속 뭔가 할 게 있다는 느낌이 들게(그래서 덜 지루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석 포인트 / 스케쥴 관리

 회의 결과 관리해야 할 재화가 돈 하나밖에 없는데, 또 돈으로 할만한게 결국 물건을 사는 것 뿐이어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너무 제한되는 것 같았다. 물건 사고 -> 구경만 하며 기다리다가 -> 다음 경기 -> ... 를 반복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경기 사이에 할 거리를 추가하기 위해 분석 포인트라는 재화를 새로 추가하고, 오브젝트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분석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획득한 분석 포인트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이걸 기반으로 성장 플랜을 짜는 걸 중심 시스템으로 잡자고 생각했다.

뭔가 이런 식의 오브젝트가 있어서, 이걸 사용하면 분석 포인트를 얻는 방식. 일종의 클리커 게임(방치형 게임) 같은 방식을 생각했다.

선수 훈련의 경우 "스케쥴 설정"을 이용한 간접적인 통제로 기획했다. 여러 물건들을 사서 배치한 후, 그 날 무슨 일을 할지 일정을 정해두면 AI가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다. 림 월드 류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행동 지시랑 약간 비슷한 느낌으로 기획한 것이었다.

이렇게 스케쥴을 세팅하고 나면 스마트폰 UI를 이용해 플레이어들이 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업을 끝냈을 시점이 2020년 4월 중순 ~ 말 즈음이었는데, 여기까지 작업하고 나서도 여전히 팀 운영 부분이 재미가 없었고, 경기와의 연계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 진행의 중심 축이 없어서 운영이 많이 겉도는 느낌이었고, 지금 팀 운영의 포맷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기에 작업했던 모든 운영 관련 기획 및 작업을 싹 다 날리고(16000줄 가량의 코드가 공중분해됐다), 팀 운영 부분을 다시 처음부터 기획하게 됐다. 5월 초 쯤에 긴 연휴가 있었는데, 이 기간동안 푹 쉬면서 운영 파트에서 게임 기획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새로운 컨셉

 기존의 운영 방식(감독이 되어서 구단을 관리하는 것)이 갖고 있던 문제점은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 내가 조작하는 건 감독인데 육성을 해야하는 건 감독이 아니라 선수다. 선수를 직접 조작하는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통제밖에 못하는데, 감독이 갖고 있는 능력치가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니 감독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게 너무 제한적이었다. 이런 형태의 게임에서 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직접 맵에 없고 게임 외부의 신 같은 입장에서 조작을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 조작이 없는 상태에서 구경을 하는 건 구경에 몰입이 잘 되는데, 조작이 가능한 캐릭터가 있으니 조작을 안 하고 구경하고 있는 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다. "시켜놓고 구경한다"가 아니라 "구경말고 할 게 없다"가 되는 느낌.

 - 분명히 밴픽 기반의 경기를 핵심 재미로 생각했는데, 그 외의 운영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했다. 경기가 제일 재밌는데 경기 외에 다른 일을 하는데에 반드시 일정량 만큼의 시간을 써야하고(시간 흐름을 기다려야 하니까), 이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니 게임이 전체적으로 흔들린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게임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한 밴픽 및 경기를 진행하는 시간보다 그 외의 일을 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써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즉, 분석 포인트 등을 통해서 경기 외 시간에 플레이어에게 뭔가 할 거리를 주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들 게 아니라,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플레이어가 경기를 진행하고 밴픽을 즐기는데 집중하게 만들어야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자신이 감독이 된다는 컨셉을 버리고 게임의 방향성을 또 아예 다른 방식으로 틀었다.

 

- 우선, 시간 흐름을 턴제 느낌으로 바꿨다. 즉, 특정 날짜에서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날로 넘어가는게 아니라 다음날로 진행을 누르면 바로 다음날로 넘어간다. 옛날 게임빌 프로야구와 비슷한 느낌의 진행. 이렇게 되면 경기와 경기 사이에 자기가 할 작업들만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바로 다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 감독 캐릭터를 조작하는 부분도 삭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한 여러 시설들을 두고 이 시설들을 통해 선수들을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화면으로 전체적인 구성이 바뀌었다. 위와 같은 화면에서 라운드 중간중간에 각 시설들을 골라서 육성과 관한 행동들을 하고, 경기를 진행하고, 받은 보상으로 다시 육성을 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는 형태. 이를 통해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최소화시키고, 다음 경기 진행에 모든걸 집중하게 만든 다음 하고 싶은 행동이 모두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생각한 게임의 핵심 재미는 경기에서 진행하는 밴픽에 있고, 나머지 요소는 전부 이를 좀 더 재밌게 즐기게 만들기 위한 보조적인 요소니까 그 의도에 맞게 게임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을 즐기고 싶을 때 바로바로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바꾸고 나서 게임을 진행해보니 확실히 이전에 답답하고 지루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가 됐다. 이 시점에서 게임의 방향성을 팀 운영과 관련한 부분은 최대한 간략하고 단순하게 만들고 경기에만 집중하게 하자고 확실하게 정했다.

 

 바꾼 시스템을 기반으로 5월 말쯤까지 개발을 하고 보니, 한 번쯤 지인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게임의 방향성도 정해졌고,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한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6월 30일에 1차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이때부터 약 한 달 가량 게임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와 관한 내용은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댓글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