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Teamfight Manager의 게임 플레이는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1. 경기 : 밴픽과 자동 전투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의 성격이 강한 파트.

2. 운영 :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팀의 선수 수준을 성장시키고 이후 경기를 위한 준비를 하는 성장, 육성의 성격이 강한 파트.

 

운영 부분 설계의 핵심은 선수 능력치가 경기에 끼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로 할지 설정하는 부분에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느낌과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핵심적으로 여길지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 선수 능력치가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 선수 능력치만 왕창 높이면 내가 경기 내부에 들어가서 어떤 밴픽을 하든 그건 큰 상관이 없다. 반대로, 내 선수 능력치가 낮으면 어떤 밴픽을 하든 어지간하면 지게 된다. 즉, 운영을 통해 선수 수준을 높이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경기 내부에서 내 선택은 별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 선수 능력치가 굉장히 적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 : 운영은 별로 상관 없고 내가 경기 내에서 얼마나 밴픽을 잘하는지에 따라서만 경기 결과가 결정된다. 이 경우 선수 성장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니까 능력치가 아무 의미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많이 참고했고 좋아했던 카이로 소프트 게임의 경우 능력치가 굉장히 중요하고, 플레이어의 전략 선택은 대부분 크게 쓸모가 없다(F1 그랑프리, 테니스 스토리, 포켓 리그 스토리 등 스포츠 운영 관련 게임). 전략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대부분 내부에서 팀을 운영하고 돈을 벌어서 더 강해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경우 경기에서 졌을 때 "내가 실력이 모자라서(전략을 잘못 세워서)" 졌다는 느낌을 받기보다는 "내 팀의 성장 수준이 아직 모자라서" 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즉, 경기 내에서 어떻게 선택을 잘 해서 승리를 가져올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팀의 능력치 수준을 빠르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팀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추게 된다.

 

 반면, 우리 게임의 경우 이전에도 이야기했듯 우리가 생각한 핵심 재미는 밴픽 전략을 통한 경기 운영에 있었다. 여기서 선수 능력치 위주의 게임을 만들면 우리가 생각한 핵심 재미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 능력치는 별로 상관없고 그냥 플레이어가 실력으로 밴픽만 잘하면 무조건 모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게 만든다면, 게임이 금방 질리게 된다. 플레이에 큰 변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챔피언간의 상성 관계와 조합 우위만 외우고 나면 사실상 주어진 상황에서 제일 좋은 수를 외워놨다가 그걸 반복해서 제시하기만 할 뿐이니 별로 재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팀을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부분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질리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게 "밴픽을 통한 경기"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정도의 보조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능력치가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밴픽을 잘하면 강팀 상대로도 뒤집을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가 적당하다는 느낌. 그래서 상대 팀이 다룰 수 있는 챔피언 폭이나 능력치, 아군 상황 등을 매 경기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위한 고민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재미를 제일 잘 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뭔가 재미없는 이야기가 꽤 길게 이어졌는데, 아무튼 그래서 이런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어떤 시도들을 했는지 하나씩 정리해보자.

첫 시도 - FM 스타일

맨 처음 생각한 방식은 UI 및 구성이 FM(Football Manager) 시리즈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큰 고민을 하고 정한 것은 아니었고 비슷한 장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잘 만든 게임을 레퍼런스로 대략적인 구성을 정한 것이었다.

 그 때 당시 맨 처음 작업했던 UI. 수신함을 통해 여러가지 소식을 받고, 일정을 통해 그날 그날 경기를 진행하고 경기가 없는 경우 여러가지 훈련을 설정하고, 훈련을 돕기 위한 스탭을 영입하고, 선수를 스카웃하고 등등 FM과 굉장히 비슷한 형태로 생각했었다. 시간 흐름도 1년 365일 단위로 흘러가고, 리그도 한국 리그 / 유럽 리그 / 북미 리그 등 LOL과 비슷한 형태의 리그 구성을 잡고 진행을 하는 방식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고 작업을 계속 하다보니 이게 별로 재미가 없고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은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1. 가상의 게임을 배경으로 하는데, 갑자기 리그도 엄청 많고 선수, 스탭도 많고 FM처럼 각종 영입에 훈련을 진행하는게 익숙해지기도 힘들고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FM 같은 경우 현실의 축구라는 스포츠와 그와 관련된 대회들, 팀들을 기반으로 진행해서 많은 정보가 주어져도 몰입하기가 쉬운데(대개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이기도 하고), 우리 게임의 경우는 완전한 가상의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UI 구성과 게임 흐름은 플레이어에게 몰입감을 주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2. 한 시즌이 너무 길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밴픽을 하면서 진행을 하다보면 그렇게 피로도가 적지 않은데, 한 시즌을 끝내고 결과를 보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3. 그냥 아무 고민없이 기존 게임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좀 더 우리 게임에 맞는 시스템, 구성이 있을 것 같았고 이 부분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는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경기 시뮬레이션을 어느 정도 만들고 난 후 팀 운영에 관해 다시 기획 회의를 여러 번 해서 구성을 확 바꿔버렸다.

두번째 시도 - 감독이 되자!

긴 기획 회의 끝에 생각한 것은 플레이어가 직접 감독이 되는 방식이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팀 내의 감독이 돼서, 실제로 감독 캐릭터를 조작해서 팀 내부에서 선수들을 훈련시킨다거나, 운영한다거나 하는 것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식의 탑뷰 화면에서, 실제로 플레이어는 감독을 조종하며 선수들이 게이밍 하우스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고, 연습을 시킨다거나 외부에 나가서 계약을 따온다든가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며 팀을 가꿔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유저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이런 고전 게임 패러디의 미니게임도 생각했었다. 팀 운영비를 벌기 위해 직접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온다는 컨셉. 플레이어가 감독 자신이 되어 팀을 운영하기 때문에 좀 더 게임에 몰입하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팀 운영 화면에서 시간은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위 화면에서 처럼 경기할 시간이 되면 경기장으로 이동하고, 경기 끝나고 돌아오면 또 일정 시간이 지나있고, 그런 방식.

팀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한 UI도 스마트폰 / 컴퓨터 같은 요소를 이용해서 표현하게 했다. 스마트폰 UI를 통해 실시간으로 간단한 정보 확인 등의 작업을, 컴퓨터 UI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보거나 팀 운영과 관련한 여러 결정 사항을 수행하거나 하는식의 구성.

선수단 훈련의 경우에도 위와 같이 직접 일종의 강의실(?) 에 선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훈련을 시키면 능력치가 향상되는 느낌으로 구성했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선수 능력치는 다음 6 종류가 있었다.

 

- 판단력: 선수들 AI 퀄리티에 영향을 주는 능력치. 판단력이 높을 수록 뛰어난 플레이를 구사한다는 느낌

- 정신력: 멘탈적으로 어려운 상황(연패중, 장기전 등)에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스탯

- 공격: 물리 공격력에 영향

- 마법: 마법 공격력에 영향

- 방어: 방어력에 영향

- 민첩: 공격속도, 스킬 쿨타임, 이동속도 등에 영향

 

선수 능력치의 경우 나중에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좀 더 나중에 하는 걸로.

 

선수 영입 과정의 경우도 실제로 계약을 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했었다. 특정 선수에게 영입 제의를 보내고 시간이 지나면, 위 gif에서처럼 메일로 선수의 답장이 온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 카페에 가면 영입 제의를 보낸 선수와 직접 계약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고, 여기서 선수를 영입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방식. 팀 운영에서 감독으로서의 생활에 몰입할 수 있는 것에 좀 신경을 많이 썼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선수단 운영 과정과 선수 훈련 / 영입 등의 컨텐츠를 구현하고 나서 테스트 플레이를 좀 거친 뒤 여러 가지 또 여러 가지 변화를 거치게 되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으니 나머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얘기하는 걸로.

댓글
공지사항